“배우는 일이 너무 좋아서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내가 나를 이길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싶었어요. 완전한 화순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구요. 100세 인생인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며 살겁니다.”

완전한 화순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리고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정 때문에 대학원 과정까지 마치고도 화순기술과학고등학교(이하 화순기과고)를 졸업한 70대 늦깍이 졸업생이 화제다.

화제의 인물은 이재용(76) 화순읍 부영6차아파트 노인회장. 이 회장은 지난 1월 5일 216명의 학생들과 함께 화순기과고(35회·자동화기계과)를 졸업했다.

이재용 회장의 화순기과고 입학은 배움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됐지만 배워야 할 시기에 배우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 때문은 아니다.

올해 76세인 이 회장은 함평 월야중학교와 조선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배울 만큼 배운 재원이다. 군 입대로 인해 휴학하면서 졸업은 못했지만 전남대학교 인문대 철학과를 2년간 다니면서 대학물도 먹었다.

그런 그가 다시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이 된 것은 ‘배우고 싶다’는 열정과 ‘나를 이기고 싶다’는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학교를 다니는 일은 '나에 대한 도전'이자 '나와의 싸움'이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워왔다는 이재용 회장은 배우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번에는 무엇을 배워볼까 고민하다가 화순기과고 입학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대학교 과정을 마저 마칠까도 생각했지만 화순지역 학교를 졸업함으로써 20여년간 터를 잡고 살고 있는 화순에서 완전한 화순사람이 되어 더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싶었다.

입학을 결심하기는 했지만 나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은 없었다. 3년 동안 정해진 시간에 등교해서 하교시간까지 하루 8시간 가량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정해진 규칙대로 생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이 서지 않았다.

하여 아내 외에는 아무에게도 늦깍이 학생이 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자녀들조차도 최근에야 그가 늦깍이 고등학생이 된 사실을 알았을 정도다.

배움에 대한 재미는 컸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지식들을 새로 익히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일은 하루하루 삶의 활력소가 됐다.

적지 않은 나이로 인해 개근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늘 신이 났단다.

대장암도 배우는 즐거움을 막지 못했다. 이재용 회장은 2학년에 올라가면서 대장암 수술을 받게 돼 1년을 휴학해야 했지만 다음해 다시 도전을 이어 갔다.

자신을 ‘어르신’이라고 ‘아저씨’,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무엇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자세하게 가르쳐주면서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끌어주는 교사와 학생들은 그가 도전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됐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면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체험학습이나 수학여행에는 함께 하지 않았지만 현장실습과 교내외 봉사활동도 빠지지 않았다. 학업성취도도 상위 수준이다. 전공분야 자격증도 2개나 취득했다.

이재용 회장은 “꿈과 희망,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다”며 “보다 활기찬 노년을 위해 ‘나이’를 핑계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말고 과감히 도전하라”고 권한다.

특히 배움의 시기를 놓쳤다면 학교를 다니는 것도 좋은 경험이자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린 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유로 놓친 학창생활을 하면서 배우는 기쁨은 물론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고, '할 수 있다'는 용기와‘해냈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용 회장은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다보니 4년의 시간이 훌쩍 흘렀고, 결코 후회되지 않는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고 봉사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