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돌아오면 한 해 동안 보람된 일도 있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12월의 좋은 점은 돌아오는 새해 1월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때라는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경북 상주 출신의 이성복(1952~ )시인의 “그렇게 소중했던가.”라는 시가 떠오른다.

이성복 시인은 섬세하고 평이한 언어로 우리 시대의 정신적 위기를 노래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잠시 그의 시를 감상해 보자.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 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 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 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 안에 털어 넣는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은 왜 못 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는 삶은 꿈이다.

시인의 경우 자판기 커피보다 버스를 타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값싼 자판기 커피 그냥 놓아두고, 버스를 잡아탔으면 됐을 텐데 왜 커피를 놓고 갈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인가. 바로 이와 같다.

우리도 우리 삶에서 보다 중요한 가치를 위해서 사소한 것은 과감하게 놓아 버려야 하는데, 왜 우리는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것인가. 뭔가에 집착하면 삶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그 삶은 꿈이라고 시인은 선언하는 듯하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놓지 못하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돌아보고 과감하게 놓아 버릴 필요가 있다. 지금 내가 소중하게 보이는 것이 과연 20년 후에도 소중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토록 소중한 것이 사소한 것일 수 도 있다. 사소한 것들을 놓아 버리면 진정 소중한 것들이 보일 수도 있다.

전북 군산 출신의 시인 고은(1933~ )은 이렇게 노래했다.

노를 젓 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소중하게 젓고 있는 노를 놓기는 쉽지 않다. 한해의 12월은 놓을 것은 놓아 버리라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놓아 버리면 고은 시인이 노래한 대로 넓은 물을 돌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병진대표는 화순읍 출신으로 화순초등학교(60회), 화순중학교, 화순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대학원/경영학석사" 졸업 (現) 에듀맥스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창회 이사를 엮임하고 있으며, 자기개발 교육부에 있어서는 스타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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