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의 대표적 명승지인 화순적벽이 30년만에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광주시민들의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1984년 동복댐이 만들어지고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지 30년 만이다.

그동안 화순군번영회를 비롯한 화순군민들은 화순적벽의 조망권만이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동복댐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광주광역시에 의해 번번히 묵살당했다. 하지만 민선6기 광주전남상생발전의 일환으로 적벽개방이 이뤄지게 됐다.

<호남8경ㆍ조선10경…화순적벽>

화순 ‘적벽(赤壁)’은 깍아지른 듯한 붉은색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중국 양쯔강변의 소상적벽과 비슷하다고 해서 1519년 기묘사화 후 동복에 유배 중이던 신재 최산두가 ‘적벽’이라 이름 붙였다.화순적벽은 빼어난 경관으로 호남8경의 하나로 손꼽히며 조선 10경으로 불렸다.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아름다움에 감탄했다.조선 중종 때 유학자이자 개혁 정치가였던 조광조(1482~1519)가 화순에서 사약을 받기 직전 25일간 배를 타고 다니며 화순적벽을 감상하면서 한을 달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방랑시인 김삿갓도 적벽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를 남겼다.

<잃어버린 절경…사무치는 그리움>

동복댐이 만들어지기 전 적벽은 드넓은 모래사장이 있고, 강변에는 버드나무와 벚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지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는 청춘남녀들이 뱃놀이를 즐겼다. 동복천을 따라 약 7㎞에 걸쳐 물염적벽, 창랑적벽, 장항(노루목)적벽, 보산적벽 등 크고 작은 붉은 빛 절벽이 수려한 경관을 이뤘다.

깍아지른 듯한 붉은 빛 바위 위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나무들의 경이로운 모습은 늘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동복댐이 만들어지면서 이서면 15개 마을과 함께 적벽의 상당부분이 물에 잠겼고, 화순적벽은 화순 속의 또다른 화순이 됐지만 그 아름다움을 잃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그리웠다.

<낙화놀이…장항적벽과 보산적벽>

장항적벽은 화순적벽 중 가장 웅장함을 자랑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순적벽’하면 떠올리는 곳은 장항적벽이다. 동복댐 중앙에 위치해 있어 먼발치에서도 바라볼 수 없었던 곳이기도 하다. 적벽이 위치한 산의 형세가 노루(獐)의 목을 닮았다고 해서 '노루목적벽'이라고도 불린다.

동복댐이 생기기 전 장항적벽에서는 해마다 4월 초파일 밤에 낙화놀이가 펼쳐졌다. 장정들이 절벽 위에 올라가 짚덩이에 불을 붙이고 아래로 떨어뜨리고, 강변에서 많은 이들이 이를 지켜봤다고 한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낙화놀이를 기억한다. 바위 틈 사이에 있던 작은 절집 한산사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장항적벽 맞은 편에는 고향을 잃은 주민들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정자 망향정이 있다. 망향정이 있는 곳은 망향동산이라고도 불린다. 망향동산 아래에는 보산적벽이 있다. 망향적벽이 장항적벽과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모습은 한폭의 그림이다.

<물염적벽과 창랑적벽>

물염적벽과 창랑적벽은 장항적벽을 나와 이서면사무소 소재지에서 동복면 방향으로 가다보면 눈에 띈다. 동북댐 안에 갇힌 장항적벽, 보산적벽과 달리 물염적벽과 창랑적벽은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먼발치에서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어 좋다.

물염적벽 맞은편에는 물염 송정순이 세운 정자 물염정이 있다. 여러 기둥 중 울퉁불퉁 다듬어지지 않은 베롱나무 기둥이 눈에 띄는 정자다. 삿갓 쓴 방랑시인 난고 김병연(1807∼1863)이 생전에 자주 찾아와 시를 읊었다고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물염정 인근에는 김병연의 시비가 세워진 삿갓동산이 만들어져 있다. 삿갓동산에서는 물염적벽을 바라보는 김병연을 만날 수 있다. 물염적벽 오른쪽으로 보이는 적벽이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창랑적벽이다.


박미경 기자 mkp0310@hanmail.net        박미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