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우리 한국인들은 유난히 국화를 사랑한다. 왜 그럴까? 대개 많은 종류의 꽃들은 주로 봄과 여름에 피어난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꽃을 피우는 것이다.

반면 국화는 날씨가 차가와지는 가을에 서리를 맞으며 피어난다. 추운날씨를 이겨 가면서 꽃을 피우는 국화를 보며 아마도 우리 조상들은 자신을 반추하여 보았을 것이다.

국화는 매화·난초·대나무와 함께 일찍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지칭되어왔다. 그것은 국화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국화를 일컬어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고 한다. 오상고절이란 서릿발이 심한 추위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홀로 꼿꼿하다는 뜻으로, 충신(忠臣)을 뜻한다.

우리 조상들이나 우리가 국화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지 그 꽃의 자태와 향기를 좋아해서만은 아니다. 국화가 가지는 충신의 이미지를 갈구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나라가 평화롭고 번성하는 시기에는 충신에 대한 그리움이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북미관계, 남북관계 갈등 속에서 나라가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는 국가와 민족에 진심으로 충성하는 위정자에 대한 갈구는 클 수 밖에 없다.

나라가 혼란스럽고 어려울 때 한국인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된다. 충무공과 국화의 모습은 왠지 그 이미지가 닮아있다.

충무공이 위대한 영웅을 넘어 성스러운 영웅 즉 성웅(聖雄)으로 우리 민족에게 추앙받는 이유는 단지 전투에 나아가 백전백승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충무공이 지닌 “정의감”과 “역사의식” 때문이다. 정의감을 쉽게 얘기하면 권세 있는 곳에 아부하여 한때의 영화를 누리는 것을 제일 부끄럽게 생각하는 마인드이다.

역사의식이라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즉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히 자신의 살아있는 동안 과거보다는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는 마인드이다.


충무공께서는 권세 있는 곳에 아부하기를 거부하여 3번의 파직과 2번의 백의종군을 당하셨고 1번의 사형언도를 받으셨다.

그러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현실에 참여하여 임진왜란과 같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이런 의미에서 충무공은 국화꽃과도 잘 어울리는 이미지이다.

늦가을 서리가 내리는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꽃봉오리를 피우는 국화를 보러가자. 혼탁함 속에서도 홀로 절개를 지키는 선비의 꿋꿋함을 상징하는 국화를 음미해 보자.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위정자를 그리워하자. 국화를 사랑하듯 국가와 민족에 헌신하는 위정자를 사랑하고 격려하자.

아울러 화순의 국화꽃 축제는 단지 꽃의 향연이 아니라 나라를 생각하고, 국화꽃의 절개를 거울삼아 각자 자신의 내면 속의 정의감과 역사의식을 꽃피우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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