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이 입법부·사법부·행정부에 분산되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듯이 형사사법절차도 경찰과 검찰, 법원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경찰이 수사를, 검찰이 기소를, 법원이 재판을 각각 담당하는 제도가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고 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서만 수사를 할 수 있는 보조자로 규정해 왔다.

우리나라 수사구조는 무엇이 문제일까? 문제의 뿌리는 바로 검찰이 지배하는 수사구조에 있다. 이러한 수사구조는 오히려 검찰을 불행하게 만들고, 정치검사들의 불법과 부조리들도 잦아지게 되는 것이다.

검찰이 수사부터 기소의 전 과정을 좌지우지 할 수 없다면 정치권력이 검찰을 장악할 이유도 없고 검찰 스스로가 정치권력이 되기도 어렵다.

이제 우리 사회는 형사사법절차에 특정 권력기관이 독주할 수 없도록 상호 견제와 균형의 관계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어떤 점이 좋아질까?

첫째, 검찰은 직접 수사를 할 수 없게 됨으로써 정치적 이유 등으로 애초부터 기소를 마음먹은 경우라도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사, 기소재량을 악용한 수사 등을 할 수 없게 된다.

둘째, 경찰수사에 대하여 검찰은 사전 개입이 어려운 제3자적 위치에서 기소권자로서 잘못된 수사를 객관적으로 사후 통제하게 되며, 성역 없는 법집행이 가능해 질것이다.

경찰수사가 검찰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던 구조가 바뀌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전관특혜(예우) 등의 특권과 반칙이 없어질 것이다. 반대로 경찰수사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보완수사 요청권, 경찰 범죄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으로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신뢰받는 수사서비스로 거듭 나게 될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게 되므로, 보다 나은 수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사와 수사지휘를 공판보다 중시하던 검찰이 본연의 임무인 기소와 공소유지에 전념하게 되고 그동안 검사의 주된 역할이 검사실에서 조서에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공개된 법정에서 피고인측과 논리대결을 펼쳐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 뿐인가? 불필요한 이중조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 동안 경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검찰에서 다시 조사하는 이중조사의 관행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번거로움을 가해 왔다.

그러나 수사구조가 변화되면 대부분의 사건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으로 마무리되어 국민 불편이 해소되고, 검사에게 일일이 보고하고 승인받는 지휘절차가 생략되기 때문에, 그만큼 사건처리 절차가 간소화되고 처리기간이 단축될 것이다.

예컨대 변사체가 발견되었을 경우, 자살이나 병사가 명백하더라도 현장에 와보지도 않은 검사의 지휘를 기다리느라 유족에게 시신을 인도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경찰관들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만 하면 ‘내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의 객관적 사후통제를 받고 공판중심주의에 따라 법정증언까지 해야 한다면, 경찰관은 재판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게 되고,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인권을 존중하는 풍토가 정착될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은 더 성숙한 수사구조를 가질 때가 되었다. 경찰과 검찰은 제자리를 찾아 양 기관 모두 국민으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받기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수사구조를 함께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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