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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隨筆 임미리> 봄, 섬진강을 그리워하며
2019. 02.19(화) 09:55확대축소
隨筆 임미리


아직은 추운 겨울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벌써 봄입니다. 하늘의 뜻을 안다는 지천명을 넘은 지가 언제인데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 줄 아나 봅니다. 하늘의 뜻을 알기에는 멀었습니다. 마음이 이러하니 벌써 봄바람 냄새를 맡았나 봅니다.

봄을 찾아 어디를 갈까? 어디로 가고 싶은가? 중얼거리다. 생각난 곳이 섬진강입니다. 섬진강을 가자고 오늘은 섬진강을 걸어보고 싶다고 섬진강 긴 강가를 생각하다 이른 봄에 섬진강에서 보았던 버들강아지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어쩌다 섬진강이 가고 싶은 곳이 되었는지 생각하다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섬진강이라 불리게 된 유래를 찾아봅니다. 다음 백과사전을 클릭하니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려시대에 섬진강 하구에 왜구가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부짖어 왜구가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섬진강이란 이름을 중얼거리니 문득 김춘수의 「꽃」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섬진강이란 이름을 불러주니 섬진강은 나에게로 와서 하나의 의미로 새겨집니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이름을 부르면서 사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섬진강을 향해 길을 떠납니다. 거리에는 헐벗은 나무들뿐입니다. 가도 가도 무채색인 도로를 달립니다. 이 길이 끝나는 곳에 봄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지랑이도 어디쯤에서 물안개처럼 피어오를 것 같습니다. 섬진강 지도를 검색하니 섬진강댐이 보이고 김용택 시인 생가가 보이고 문득 김용택 시인의 시 「참 좋은 당신」이 생각납니다.

“어느 봄 당신의 사랑으로 (중략) 아, 생각만해도/ 참/ 좋은/ 당신” 봄이란 단어에선 참 좋은 당신의 냄새가 납니다.
검색한 지도를 자세히 보니 섬진강 자전거길 지도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합니다. 언젠가 컴퓨터에서 “당신이 태어난 이유”를 검색하여 이름을 쓰면 가르쳐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재미삼아 내 이름 석자를 넣었더니 “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라고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섬진강 자전거길 지도를 보니 올 봄에는 꼭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태어났다고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섬진강 기차마을 이정표가 보이고, 섬진강로를 따라 지나가다 적당한 곳 섬진강변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립니다. 아직은 강바람이 쌀쌀합니다. 패딩의 지퍼를 잠그고 모자를 쓰고 완전무장을 합니다. 마음만 봄이었나 봅니다. 강가를 거닙니다. 바람이 모자를 벗길 것처럼 세찹니다.

하지만 강가의 매화나무는 금방이라도 매화꽃을 피울 것처럼 꽃망울이 맺기 시작합니다.
옛 선비들은 한겨울에 내린 눈이 녹기도 전에 눈 속에 핀 ‘설중매(雪中梅)’를 찾아가는 탐매(探梅) 여행을 영춘(迎春)의 멋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 추위가 어찌 문제가 되겠는가 싶습니다.

선비들은 ‘매화는 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며 고결한 정신을 가다듬었다고 합니다. 탐매 여행을 온 것이 아니지만 꽃망울이 맺힌 매화를 보니 알 것도 같습니다. 아직 봄은 멀었는데 어쩌면 마음은 나도 모르게 탐매 여행을 하고 싶었나봅니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걷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대로 하염없이 걷습니다. 한참을 걷다가 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내려갑니다. 아!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습니다. 안개꽃과 프리지어로 만든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어쩌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참 좋은 당신이었을지도 모를 사람을 보냈던 곳인가 봅니다.

아직 버들강아지 피지 않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에 찬바람이 불어 오래 있지 못하고 강변으로 올라옵니다. 이렇게 봄이 오려나 봅니다. 봄이 올 것 같으면 찾게 되는 섬진강에 서서 “섬진강”이란 이름을 불러봅니다. 두꺼비들이 물소리를 내며 대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섬진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부자가 된 것처럼 편안해졌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두꺼비는 부와 장수의 상징이라는데 이름에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매화 소식 들리면 다시 섬진강을 찾아야겠습니다. 섬진강이 거기 있어 오늘도 행복했습니다. 잃어버린 삶의 풍경이 그리워지면 섬진강에 다시 와야겠습니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현대수필문인회원
․ 한국작가회원
․ 동천문학상, 열린시학상 수상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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