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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8일(화요일)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신발의 추억
<隨筆> 임미리
2019. 12.22(일) 18:17확대축소
작가 임미리


출근을 하려고 거실문을 연다. 정리되어 있지 않고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신발들을 바라보면서 밤사이 신발들이 추워서 꽁꽁 얼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밖은 너무 추운데 이 추운 겨울에 발을 감싸주고 차가운 바닥을 대신 밟아주니,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신발에게 고마운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따뜻하게 해 준 적도 없어서 참 미안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어릴 적에 신고 다녔던 신발은 검정고무신이었다. 양말도 나일론 양말이라 항상 발은 얼어 있었고 때론 얼음이 들어 따뜻한 이불 속에 발을 넣으면 가려워서 밤사이 긁고 또 긁어도 좀처럼 낳아진 적이 없었다. 얼음이 녹고 실개천에 물 흐르는 소리가 봄날의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아른거릴 즘이면 발가락들이 좋아졌었다. 항상 겨울은 그렇게 되풀이 되었고 발가락들은 아파했으며 또 봄은 그렇게 왔었다.

명절이 되면 검정고무신에서 운동화로 신발이 바뀌기도 한 몇 해를 그렇게 되풀이 하다 철이 드는 것처럼 고무신도 사라졌다. 신발은 운동화로 바뀌었지만 추운 겨울날 발가락은 여전히 동상에 걸려 있었고 언제부턴가 아침에 등교하려고 보면 신발이 부엌 부뚜막에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처럼 부엌이 방안으로 들어와 주방이란 이름으로 바뀌기 전에는 부엌이란 이름으로 방 밖에 있는 곳이었다. 부엌은 한쪽에 장작도 놓여 있고 가루나무도 놓여있고 대나무로 엮어 만든 문이 없는 찬장이 있었으며 또 한쪽에는 물동이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부뚜막이 있었다. 커다란 가마솥이 두 개가 걸려 있고 아궁이가 방안과 연결되어 있는 그곳 부뚜막에 이불 속에서 나온 것처럼 따뜻한 신발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십리 길을 걸어서 등교하는 자식들 발이 시러울까 걱정스러운 어머니의 마음이 따뜻한 신발 속에 그렇게 감추어져 있었다. 그때는 어머니의 마음은 생각해보지 못하고 마냥 따뜻한 신발이 그저 좋을 뿐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검정고무신을 신어본 적이 없으니 실개천에서 검정고무신으로 물고기를 잡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운동화가 닳아져 떨어질까 아껴가면서 신었던 잔잔한 마음도 없을 것이며 발가락에 얼음이 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겪어보지 않았으니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한다. 내 아이들은 이 다음에 어른이 되어 신발에 대해 어떤 추억들이 담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신발들을 보니 어릴 적 일들이 생각난 것은 이제 나도 나이 먹었다는 증거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생활하기 편한 아파트니 나는 단 한 번도 내 어머니가 했던 것처럼 신발을 따뜻하게 해서 아이들에게 신게 한 적도 없다. 그 신발들을 따뜻하게 해 준 적도 없으니 생활이 편리해지는 것처럼 어머니의 소박한 정도 없어진 것 같다.

신발을 신으며 새삼스럽게 신발의 고마움을 느끼는 것처럼 세상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고마움을 느끼는 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내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신발을 따뜻하게 해 줄 수는 없어도 그때의 내 어머니의 마음처럼 세월 변해도 잔잔하게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더불어사는 세상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한발 한발 걸을때마다 꽃길만 걷게 해주시라고 이 겨울 안위를 빌어본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현대수필문인회원
․ 한국작가회원
․ 동천문학상, 열린시학상 수상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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