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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일(수요일)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지금은 떨켜가 필요할 때
<隨筆> 임미리
2020. 01.13(월) 13:23확대축소
<隨筆> 임미리


새해 아침, 만연산에서 해맞이를 하며 나무들을 만난다. 옷깃을 여미며 올려다보는 산속의 나무는 각양각색이다. “일송정 푸른 솔은”이라고 시작되는 선구자라는 노래가 생각나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헐벗어 앙상한 나무도 있고, 마른 나뭇잎을 떨쳐내지 못한 빛바랜 모습의 나무도 있다.

숲은 나무를 숨기기 위해 존재한다고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겨울산은 숲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존재 가치를 잊고 나무를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나무가 우거지지 못한 겨울산은 숲이 아니다. 나뭇가지의 줄기까지 다 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지만 산은 숲이어야 하기에 푸른 나무와 앙상한 나무 그리고 빛바랜 나무로 겨울을 견디어 내고 있다.

저 많은 나무들 중 유독 불편한 상수리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떨켜가 없는 나무다. 나무에 매달린 잎들이 지저분하고 빛이 바래서 보기가 싫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는 차라리 안쓰러운 마음이라도 생기는데 그런 나무는 뭐라고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나무는 낙엽을 만들기 위한 떨켜라는 것이 있다. 잎의 주체인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줄기와 가지 사이에 단단한 세포층인 “떨켜”를 형성한다. 떨켜가 만들어진 나뭇잎은 뿌리에서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고, 잎에서 만들어진 영양소도 줄기로 이동하지 못해 잎에 남게 된다. 영양분을 만들 수 없게 된 잎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색소들이 모습을 드러내어 단풍이 들고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가을은 떨켜의 계절이라고 했다. 또한 단풍을 보며 화려한 날은 길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낙엽이 되고 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짧은 순간을 보내고 작별을 하게 된 앙상한 나무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떨켜가 없는 나무는 빛바랜 모습이 추해 보인다. 누군가는 자아가 강해서 자신을 버리지 못한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한다는데 때론 떨켜가 필요하다.

떨켜가 있어 작별을 하고 나무는 또 봄을 기다려 새로운 잎을 틔우는 일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다. 새싹이 돋아나고 숲이 우거지고 아름다운 산이 될 것이다. 물론 떨켜가 없는 나무의 잎도 봄이 되어 새잎이 나오면 그때서야 밀려 떨어진다. 밀려 떨어지는 잎을 보면 오만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이형기의 낙화라는 시처럼 아쉽더라도 때론 떠나야 할 때를 알고 이별을 고해야 하는 것이다. 떨켜가 없는 나무는 그때를 알지 못하기에 밀려 떨어지는 것이다. 세상살이도 이와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돌아오는 길, 흐르는 세월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려면 사람도 나이에 맞는 떨켜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새해다. 희망찬 새해 새 출발을 알리는 해맞이를 하면서 자꾸만 지나간 날들이 아쉬움으로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떨켜가 없는 나무를 보며 떨켜의 필요함을 느끼듯이 새날은 새 생각으로 채워야 한다. 지나간 날들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으니, 미련을 버리고 새 출발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인 것이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현대수필문인회원
․ 한국작가회원
․ 동천문학상, 열린시학상 수상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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