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8.7(금) 15:39
전체기사 정치 지방자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체육
2020년 8월 10일(월요일)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月
<隨筆> 임미리
2020. 05.17(일) 21:45확대축소
작가 임미리


다시 산천이 푸른 5월이다. 5월에 대해 생각한다. 5월에는 생각나는 것들이 참 많다. 사람들은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한다. 어린이날이 있고, 어버이날이 있고, 스승의 날이 있고, 올해로 40주년이 되는 5?18이 있고, 코로나 19로 인해 한 달 뒤로 미루어진 윤달의 석가탄신일이 있고…

너무 많은 것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품지 않았다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것을 품었지만 5월은 너무 푸르러서 오히려 슬프다. 너무 큰 슬픔이라 억누를 힘이 부족하여 산천으로 바다로 떠나고 싶어진다.

5월, 이 5월을 참아내지 못하고 배낭을 메고 방황하는 어느 한 때, 나의 지인이 이런 말을 전해 주었었다. 자연 속에서 사는 인디언들이 붙인 달(月)의 이름이 있는데 5월을 “말이 털갈이를 하는 달, 들꽃이 시드는 달, 뽕나무의 달, 옥수수 김 매주는 달, 말이 살찌는 달”이라고 부른다면서 아라파호족은 5월을 “오래 전에 죽의 자를 생각하는 달”이라고도 한다고 했었다.

이렇게 많은 의미를 가진 인디언이 붙인 5월이란 이름에는 언젠가 맡아 본적이 있는 냄새가 난다.

그가 흐르는 구름처럼 떠도는 바람처럼 산다는 것은 일찍이 알고 있었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의 말은 무슨 빚처럼 내 어깨를 짓눌렀다. 무의식 속에 존재하고 있다가 5월이 오면 늘 떠오르곤 했다. 그 빚 같은 5월이 다시 왔다.

그리하여 지금 나에게 5월은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다. 이팝나무 하얗게 피어 산천을 수놓았는데 ‘죽은 자의 오월’은 말이 없다. 이팝나무 꽃말처럼 영원한 사랑 가슴에 새기면서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다.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와 떠도는 바람 냄새에는 슬픔의 그리움이 묻어 있다. 때론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해지는 것들이 있다. 지금이 그런 달이다.

너는 그때 무엇을 하였느냐고 의미 없이 던지는 물음에도 가슴이 쿵 내려앉았던 뜨거운 젊음을 간직한 날이 있었다. 그 오월을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너릿재를 넘어가지 못한 딸기 상자가 핏빛처럼 뭉개진 이야기를 들었고, 못자리 일을 하던 이에게 그렇게 일을 하면 살아남을 줄 아느냐면서 배낭을 메고 산으로 숨어버린 사람들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 오월은 계절의 여왕처럼 아름답지 않았고, 오랫동안 가슴을 짓밟힌 사람들의 슬픔만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영원불멸의 시(詩)처럼 오월은 오래 나를 괴롭혔다. 그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며칠쯤 학교를 가지 못했고, 산골짜기 다람쥐처럼 살았다.

다시 또 5월이 오고 젊은 날의 한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보낸 5월이 세월처럼 쌓이고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며 금남로 집회에서 쫓기어 원각사로 숨어들던 어느 한 시절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86학번이던 우리의 젊은 날이 엊그제 같다.

그때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나의 친구 둘은 무엇이 바빴을까 지천명도 못 넘기고 빨리도 이승을 떠났고, 나는 홀로 남아 친구들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5월이 푸른 것은 슬픔을 베어 먹고 자랐기 때문이다. 5월이 오면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전해져 오는 슬픈 영혼들의 진상 규명되지 못한 억울한 외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치기였을 젊은 날에는 다 그랬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없지만, 곁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래 지금은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이다. 내게 5월은 아무도 표현하지 못한 영원불멸의 시(詩)다.

그 5월이 가슴에 묻혀 있는 한, 흐르는 구름처럼 떠도는 바람처럼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에 오늘도 방랑의 길을 나선다. 갈 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겠지만 노마드의 길을 버릴 수가 없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현대수필문인회원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SNS 기사 내보내기 :
문학산책 주요기사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화순군의회, 적벽 등 주요 사업 현장방문 …
“화합과 소통으로 미래 여는 중추적 역할하…
화순복숭아 문화축제 취소…대형마트에 납품 …
화순군, 내달 5일부터 ‘부동산 특별조치법…
화순군, “수돗물 안심하고 드세요”
아동학대, 우리 모두가 관심을...
포스트 코로나 ‘힐링 화순'…에코힐링 휴양…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 이재동 신임 소장…
김종갑 화순부군수, 생활 민원 현장 점검 …
화순군, 경로당 단계적 개방…무더위 쉼터만…
핫 이슈
최기천 의원, 군의회 후반기 의장…
제8대 화순군의회 후반기 의장에 최기천 의원이 당선돼 후반기를 이끌게 됐다.…
광덕문화광장, 편의시설 ‘허술’……
코로나19 감염 여파로 수개월째 각급 학교 개학이 늦어지고 마스크 착용 등 …
화순군, 1일부터 긴급생계비·경영…
화순군(군수 구충곤)이 1일 긴급 재난생계지원금과 경영안정자금 신청 접수를 …
화순 확진자 가족 등 14명 모두…
화순군(군수 구충곤)은 19일 화순 확진자의 밀접 접촉자 10명에 대한 코로…
청정 화순도 뚫렸다…코로나19 6…
전남 화순에 거주하는 63세 남성 A씨가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로 판명돼 방…
신정훈후보, “문재인정부 성공 위…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나주 화순 후보로 확정된 신정훈 전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신정훈 민주당 후보, 출판기념회 …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나주화순 국회의원 예비후보는 11일 나주시 스포츠파크에서…
나주화순, 내년 4월 총선 레이스…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제21대 총선 나주화순 지역구 출마 입지자들이 예…
기획
화순출신 손봉채 작가 ‘스페이스 …
화순 출신으로 설치 미술의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손봉채 작가는 화순검문소 앞…
한국 소나무풍경 '이주 애환' 형…
산과 들에서 뿌리채 뽑혀 도심 거리와 안마당 조경수로 살아가는 한국 소나무들을 …
화순소방서 농촌일손돕기 구슬땀
화순소방서(서장 박병주) 소방공무원 30여명은 지난 8일 이서면과 도곡면 소…
정보마당
화순소방서, ‘119다매체 신고서…
화순소방서(서장 김기석)는 각종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음성통화 …
능주119, 위험요인 제거신고 "…
화순…
심폐소생술 경연 참가하세요
화순소방서(서장 박병주)는 오는 4월 5일 오후 2시 화순소방서 2층 심폐…
교육
더 큰 ‘명문 사립고’ 능주고등학…
‘최고의 학생, 최고의 실력, 최고의 선생님’들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화순 능…
“인성·직업교육으로 창의적 인재육…
◇전남기술과학고등학교는? 화순 만연산 자락에 자리잡은 전남기술과학고등학…
도곡초 사제동행 1박 2일 힐링 …
도곡초등학교(교장 한길승)는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사제동행 1박 2일 …
문화/체육 주요기사
6월 군민 무료영화 상영
“읍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도입해야”…
국보・보물 간직한 화순 …
“정암과 학포 지란지교 산책”
"墨…自然에 醉하다“
" '사랑한다'는 말 아끼지 마세요"

Copyright ⓒ . 제호 : 화순일보. 청소년보호정책 mire5375@hanmail.net for more information

발행인: 박은희 편집인: 정소윤 청소년보호담당 : 구만석등록번호 : 전남 아 00131 등록일자 : 2010년 10월 22일
주소 : 전남 화순군 화순읍 동헌길 22-2 (훈리 52-3) 제보 및 광고문의 : 061)375-5375(代) FAX : 061)375-6375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보유하며, 발행인의 사전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