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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5일(일요일)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어쩌란 말이냐 와온 바다가 그리운 것을
<隨筆> 임미리
2020. 07.05(일) 20:53확대축소
隨筆 임미리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바람아 어쩌란 말이냐. 사는 일이 만만치 않다. 오늘 하루를 살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지인의 결혼식장에 다녀온 지 오늘로 6일째다. 아침부터 결혼식장에 다녀온 것이 화근이 되어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어쩌란 말이냐? 나는 할 말이 없는데,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런 생각의 끝에 가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나도 결혼을 했었다. 지금은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나도 결혼이란 단어와 함께 낡아가고 있다. 그때는 결혼식을 하면 신혼여행은 당연히 제주도였다. 봄에 한 결혼은 매서웠다. 제주도 바람은 너무 차가웠고, 봄날의 옷은 너무 얇았다. 그때는 제주도가 최고의 여행지였다. 지금이야 당연히 해외 여행지를 최고로 치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갑자기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나타나서 세상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 다시 돌아서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가고 있다.

이제 세상은 코로나 이전의 시대와 코로나 이후의 시대로 나뉘게 될지도 모른다. 신랑신부를 축하해주기 위해 갔던 예식장도 통장으로 얼마의 성의만 표시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지 않게 될 것이고, 모든 일에는 스몰이란 단어가 유행하게 될 것이란 예감이 든다. 스몰이란 단어에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 이 작은 것에 대하여 경의를 표하게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어쩌면 미니멀 라이프나, 비우고 버리기나 이 모든 것들이 바로 small이 아니겠는가? 세상은 오래전에 스몰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동안 이 스몰이란 단어를 무시한 것이다. 모든 것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넓어지고 커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예식장이 그랬고, 영화관이나, 장례식장, 집회장 등이 그랬다. 이런 곳에는 당연히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될 것이다.

더 넓어지고 커지는 장소, 그동안 놓치고 살아 온 것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얀 벚꽃이 피고 지고, 버찌가 익어가는 계절이 왔다. 바닥에는 낭자해진 버찌의 흔적들이 뒹굴고 있다. 발 없는 소문은 빠르게 날갯짓을 한다. 덕분에 사는 일에 자꾸만 왜소해지는 날이 있다. 살다 보면 예의가 필요한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마음에 가두는 일은 너무 힘이 든다. 때론 사적인 것들도 궁금해질 때가 있다. 따지지 말라는 말에도 서운할 때가 있다.

나무에 달린 과일도 제각각이다. 익지도 않고 떨어진 열매도 있고, 잘 익어서 새가 쪼아 먹는 열매도 있다. 익지도 않고 떨어지는 열매도 있다. 인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나무만 보고 살았다. 숲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숲을 보려고 하니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삶이란 때론 절망적인 법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 언제나처럼 산에 가고 싶다. 산수국도 보고 싶고, 저녁에는 친구도 만나고 싶다. 그리움이란 단어에 핑크빛 물감도 들여 주고 싶다. 그런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나는 오늘 뼈저리게 느낀 날이다. 결국 오늘 코로나19 검사를 했다.

그날, 예식장 입구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다고 철저히 막고 있었다. 확진자는 잠시 들렀다만 갔다고 했지만 검사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오전에 검사를 하러 갔는데 밀렸다고 돌려보내서 오후에 다시 갔다. 무더운 여름날 2시간을 넘게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고 짜증도 났다. 직원들과 함께 접수를 했는데 결국 제일 마지막에 검사를 하게 되었다.

문득 기다린다는 것은 그리움과 동일시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기다려 검사를 했다. 다시 내일 아침까지 기다려야 결과가 나온다는 답이 돌아온다. 나는 하루를 지난 며칠을 망쳤다는 생각이 스친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얼마나 힘들 것인가 생각하면 지루한 시간도 짜증난 시간도 기다린다는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리라. 하지만 검사를 하고 나니 정신적으로 여기저기 아픈 것처럼 피곤이 몰려온다.

내가 아는 지인들은 밤을 새며 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하면서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나니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내가 살아온 날, 짧지만 소중해진 지난 6일 때문에 나는 2020. 7. 2일 오늘을 더욱 값지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뜬눈으로 지새우고 다시 아침이다. 글을 다듬고 있는 이 시각 문자가 날아들기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 검사결과는 음성입니다.” 당연한 결과일 줄 알지만 이 문자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확인하는 일에만 몰두하느라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 처음부터 조심하고, 미리서 예방하면 될 것인데 그런 일에는 미성숙하다는 것이다.

누구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누구는 귀찮다고 말하고, 누구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누구는 나를 걱정해주었다. 나는 나를 아는 그들이 걱정되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감사한 하루가 되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사는 일에 아는 것이 없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문득 와온 바다가 보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문자가 들어온다. 급하게 문자를 확인한다. “코로나 검사결과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나는 이제 괜찮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오늘 하루도 살아봐야겠습니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현대수필문인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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