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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3일(금요일)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헤어진 벗에게
<隨筆> 임미리
2020. 08.02(일) 09:57확대축소
<隨筆> 임미리


배롱나무에 꽃이 피었다. 뜨거운 여름날 햇볕이 내리쬐는 줄도 모르고 붉게 피는 배롱나무. 산천이 검푸른 이파리 키울 때 붉은 꽃잎을 내미는 나무의 열정 때문에 사람들은 여름날의 배롱나무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흰 꽃을 내미는 나무도 있고 연보랏빛 꽃을 내미는 나무도 있다. 백일동안 꽃 피운다하여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꽃이 아름답다고 하여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가는 꽃이 없다고 하는데 배롱나무는 백일동안 꽃을 피운다. 한 꽃이 백일동안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다시 피기를 가을걷이 할 때까지 계속되기 때문에 쌀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만지면 흔들린다고 하여 간지럼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배롱나무는 어찌되었든 무더운 여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이다.

그 꽃이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배롱나무에 꽃피는 이맘때쯤이면 나는 배롱나무를 보기 위해 가는 곳이 있다. 만연사 대웅전 앞이다. 대웅전 앞 배롱나무는 평소에도 붉은 연등을 달고 있기 때문에 항상 꽃이 핀 것처럼 자태를 뽐내고 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나무는 더욱더 당당한 위풍을 자랑한다.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푸른 숲을 배경삼아 피어나는 배롱나무의 붉은 꽃을 무엇에 비길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물론 배경이 한 몫 하겠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이 속세에 찌든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준다.

내 마음대로 마음속에 그린 아름다운 풍경을 생각하면서 만연사 배롱나무를 만나러 갔다. 두 손을 모으고 일주문을 지나서 담장을 둘러싼 능소화를 뒤로 하고 화우천을 통과한다. 연등이 보이고 나무가 보인다. 그런데 꽃이 없다. 눈을 비비며 나무 가까이로 다가가 바라보니 꽃대가 올라와야 할 나무가 꽃대가 별로 안 보인다. 뭐지? 하는 마음과 함께 내 마음대로 생각했던 풍경이 무너지고 마음이 침몰한다.

그동안 나무한테 내 마음대로 기대만 하면서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무는 꽃 피울 생각이 아직 없는데 나만 홀로 꽃 피웠기를 기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소란스러워진다. 세상을 살면서 이런 일이 어디 한번 뿐이었겠는가. 혼자서 마음대로 생각하고 혼자서 마음대로 결정해놓고 내 마음에 맞지 않는다고 서운해 하고 아쉬워하면서 소통도 안 된다고 혼자 속앓이 하는 일 많지 않았던가.



언어가 통한다고 생각하는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 사람과도 소통이 안 될 때가 많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지구라는 곳에서 만나 살고 있으니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뜻이 통하지 않아서 서로 부딪히는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하물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도 않는 나무와 나는 무엇으로 소통을 할 것인가 말이다.

갑자기 카톡이 들어온다. 연락도 없이 지내던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카톡을 보내왔다.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면서 옛이야기를 몇 줄 보내왔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으니 친구도 건강하게 잘 살기 바란다고 답장을 했다.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어도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느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데 문자 몇 번 오고가는 것으로 과연 친구의 옛이야기를 진정으로 이해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친구는 달나라 이야기를 나는 별나라 이야기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처럼 만연사 배롱나무가 어여쁜 꽃을 피웠을 것이라고, 어여삐 피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내 마음대로 생각했다. 하지만 못내 아쉬움이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평소에 덜렁덜렁 살고 있는 내 성격을 고스란히 나무에게 보인 것 같다. 꽃 언제 피울 거냐고 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꽃 피우지 않았다고 아쉬워하다니 나도 내가 참 어이없다. 우리는 살면서 소통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배롱나무 꽃말이 궁금해진다. 꽃말을 검색해보니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이라고 나온다. 헤어진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인 것이다. 배롱나무는 껍데기가 없이 맨질맨질하다. 그래서 겉치레나 가식이 없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 지금은 어디에 가도 많이 피어있지만 예전에는 배롱나무를 사찰이나 항교, 서원에 가야 볼 수 있는 꽃이었다.

어쩌면 오래된 친구는 겉치레나 가식이 없으니, 굳이 소통이 필요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에서 나오는 시 구절처럼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대답하는 사이인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다”는 짧은 문자에 친구의 안녕을 진심으로 빌어본다.

친구에게 말하듯 “배롱나무야 언제 꽃 피울래”라면서 나무를 매만지니, 나무가 간지럽다는 듯이 온몸을 흔들며 까르르 웃는다. 그 흔들림이 “때를 기다려봐”라고 짧게 말하는 듯하다. 그렇다 일주일쯤 아니 좀 더 기다려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리워하는 마음이란 기다림에서 나오는 것이다. 만연사 배롱나무 붉은 꽃 피면 친구도 내 마음을 알리라.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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