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나 바다의 깊이를 알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얕은 물속은 대충 눈으로 봐서 사람 무릎 깊이구나, 혹은 가슴 정도의 깊이구나 라는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깊은 물속은 대충 눈으로 봐서는 그 수심을 알 수 가 없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측정을 해봐야 한다. 이 측정에 쓰이는 도구로 ‘측심연(測深鉛)’이라는 것이 있다. 토목용어사전에 의하여 측심연이란 수심 측량에 사용되는 깊이 측정 기구로써 깊고 유속이 비교적 느린 경우에 사용되며, 강철 줄의 한 끝에 3∼5㎏의 납으로 만든 추를 매단 것이라고 쓰여 있다.

우리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한다. 여기서 ‘열 길’ 혹은 ‘한 길’이라고 할 때 ‘길’은 보통 사람의 키 정도 되는 길이이다. 따라서 속담에서 ‘열 길 물속’을 풀이하자면 물속의 길이가 보통 사람 키의 열 배만큼 깊다는 의미이다.

물속은 아무리 깊어도 줄이 긴 측심연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깊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가 있다. 그런데 사람 속은 그 깊이를 잘 알기가 어렵다.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을 뽑는 선거철이다. 여야의 각 후보가 어느 정도 깊이 있는 리더인지를 국민들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깊이가 있다는 말은 유능하다는 말과 통한다. 유권자들은 후보가 깊이도 있고, 포용능력도 넓고, 대통령으로서 준비된 후보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

대개 물속도 그러하듯이 깊이가 있으면 넓이도 있는 법이다. 사람의 깊이를 재기란 객관적인 방법도 없고, 딱 정해진 타당한 방법도 없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깊이를 측정하기 위해 맨 먼저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대화’를 해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겉은 꽤 괜찮아 보이는 데 말 한마디에 천박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겉은 별로지만 한마디의 말만 들어봐도 대단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가벼운 대화만 몇 마디 만 나눠 봐도 사람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구체적인 문제를 선정해 놓고 여러 사람이 각각의 의견을 말해보면 그 선정된 문제에 대한 그 사람이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토론자들 간의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토론을 하다보면 ‘깊이 없는 사람들’ 중에 ‘깊이 있는 사람’은 바로 표가 난다. 이런 의미에서 ‘토론’은 어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그 사람의 깊이를 알아 볼 수 있는 일종의 ‘측심연(測深鉛)’인 것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종교, 외교,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현안 문제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는 ‘깊이’가 있어야만 준비된 후보일 것이다. 여야 유력 후보가 각 분야의 문제들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하고, 그것을 객관적인 자세에서 국민이 바라보면 어떤 후보의 종합적인 깊이를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토론은 사람의 깊이를 측정하는 일종의 측심연 인데, 토론을 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후보의 깊이를 파악 할 수 있게 하는 측심연을 빼앗아 버리는 격이 된다. 선원이 물속의 깊이를 모르고서 항해하면 위험하듯이, 국민이 대통령 후보의 깊이를 모르고 투표한다면 국가가 위태로워 질 수 있는 것이다. 모든 후보는 국민에게 측심연을 주는 것을 일종의 예의와 의무로 여겨야 할 것이다.

- 필진약력 -
김병진대표는 화순읍 출신으로 화순초등학교(60회), 화순중학교, 화순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대학원/경영학석사" 졸업 (現) 에듀맥스 대표이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동창회 이사를 엮임하고 있으며, (현)경찰대학 외래교수, 경영학박사로 자기개발 교육부에 있어서는 스타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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