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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3일(일요일)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도서관, 조우
<隨筆> 임미리
2022. 05.01(일) 18:55확대축소
임미리 작가


오랫동안 냉담했던 도서관을 찾았다. 옛 연인과 조우라도 하듯 심장이 찌릿했다. 문득 오늘 새벽에 꾼 꿈이 생각났다.

꿈속의 상대가 누군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죽도록 티격태격 싸우다가 헤어지는 장면에서 키스를 했다. 아침에 일어나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그가 누군지 떠오르지 않고 그 상황만 기억이 났다. 젊은 청춘도 아니고 나이가 몇인데 흉측하게 뭔 이상스러운 꿈은 꾼 것인지 민망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누군지 기억하지 못하니 얼마나 다행인가? 얼굴이 기억난다면 그것처럼 민망한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꿈 해몽이 궁금하여 급하게 핸드폰을 열어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꿈 해몽을 검색했다.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적당히 맞출 수 있는 내용이 없었다. 유난히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일으켜 세워 나갈 준비를 했다. 개꿈을 꾼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루 종일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랐었다.

창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내리는 비였다. 아직은 봄비다. 이 비는 농사에 때맞추어 내린 것 같다. 더불어 산천에도 도움을 주는 비다. 저 멀리 만연산에는 운무가 가득했지만 연둣빛으로 찬란했다. 저 연두를 마주하니, 민망한 꿈속의 일도 개운하게 사라진 느낌이었다. 문득 색채와 관련된 의미가 궁금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도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은 없다. 집에도 관련된 책이 없고 서점도 가까운 곳에 없으니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증에 몸이 달았다.

갑자기 도서관 생각이 났다. 그동안 문득문득 도서관이 그리웠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늘은 기필코 도서관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냉담했던 도서관의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책을 대출하려면 회원 가입을 하고, 전화로 정회원 신청을 해야 된다는 내용이 있다. 정회원 신청을 하고 모바일 회원증을 발급받았다. 애증의 관계처럼 드나들던 도서관. 문득 오늘 새벽 꿈이 도서관과의 조우를 말해주는 꿈이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구색 맞추기를 해본다.

예전에는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었다. 해가 잘 드는 열람실에 앉아 주옥같은 글을 읽기도 하고, 화가들의 그림책을 읽으며 혼자서 행복을 만끽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도 부족하면 대출을 받기도 했었다. 갈 곳 없으면 도서관에 들러 몇 시간씩 보내고는 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를 핑계로 발길을 뚝 끊었었다.



냉담했던 시간만큼 도서관을 이용하는 매뉴얼이 바뀌어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것들 앞에 소심 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읽고자 하는 책이 있는지 컴퓨터로 검색을 해서 책의 바코드를 확인하여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책을 찾아냈다. 대출기 앞에 책을 올려놓고 회원증을 찍어 대출을 누르니 대출 확인증이 나왔다.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메뉴를 검색하여 주문을 하듯 대출하는 방법이 바뀌어 있었다. 처음에 바뀐 시스템 앞에서 얼마나 불편해하며 투덜 되었던가. 나이 먹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른 척 직원을 부르기도 했었다. 빨리 적응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기계화되고 있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하이패스로 바뀌고, 직접 통행료를 기계에 넣어 정산했을 때 서툴러 얼마나 당황했던가. 어쩔 수 없이 시대에 발맞추어 가기 위해 하이패스를 설치했던 때가 생각났다. 많은 것들이 쉬이 변하고 있다. 잠시 한눈을 팔면 세상은 그만큼 달라진다. 그렇다고 새로운 기기 앞에서 불편하다고 호소할 수만은 없다. 느리지만 내 속도에 맞추어 갈 수밖에 없다.

색채와 관련된 책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이야 좋은 시절이라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핸드폰으로 검색하여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깊이 알려면 전문적인 서적을 찾아야겠지만 웬만하면 금방 해결이 된다. 요즘은 전자책도 많이 유통이 되어 핸드폰 하나면 하루가 48시간이라고 해도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종이의 질감을 느끼지 않고 눈으로만 읽는 전자책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종이책이 좋다. 종이책의 질감도 좋고 종이 냄새도 좋다. 읽지 않고 곁에 쌓아두면 허기가 지지 않는다. 그 수많은 종이 냄새가 나를 키웠다. 그 속의 작은 글귀를 읽을 생각을 하면 아직 심장이 뛴다.

내 나이가 몇인데라고 좌절하지는 말자. 아직 뛸 가슴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아니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살아갈 의욕이 없다면 도서관에 가 보라고 말해주리라. 오랫동안 냉담했던 도서관은 말없이 품에 안아주고 새로운 기술도 가르쳐 주었으니 무엇을 못하겠는가. 도서관 하나 가졌으니 부러울 것 하나 없이 다 가졌노라.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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