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너릿재 터널을 통과한다. 사는 일이란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일처럼 어떤 고비를 넘기는 일이다. 그리하여 어둡고 막막한 그 어둠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오면 또 다른 터널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인간사라는 것이 생각처럼 녹녹치가 않는 것 같다.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문장을 화두처럼 붙들고 나는 가끔씩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고민에 사로잡힌 그 때의 내 인생은 마치 한편의 퍼즐게임 같았다. 내 졸시 「퍼즐게임」에서 밝혔듯이 “숙련된 몸짓과 손짓으로 서로를 탐하는 사이/ 운수 좋은 날이라 한판 무늬를 짜 맞춘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인생은 퍼즐게임 같은 것이라서 퍼즐을 다 맞추어 놓았다고 생각하면 누군가 와서 그 판을 뒤집어 버리고, 다시 맞추어야 하는 연속된 생활의 반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게임은 중독성이 있다. 게임에서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게임에서 빠져나오기를 스스로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인정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하게 맞추어진 한 편의 퍼즐을 꿈꾸는 것이 인생사인지도 모른다.

꿈을 꾸며 꿈의 다리를 건넌 적이 있다. 하지만 꿈을 정확하게 읽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꿈은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있어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늘 불안하다. 나는 「꿈의 다리」에서 “언젠가는 형상화된 문장처럼/ 꿈들이 읽혀질 것을 믿고 싶다.” 고 소망한 적이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것들을 읽어내는 일이다. 눈으로 읽고, 귀로 손끝으로 혀끝으로 읽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음으로 읽어내며 꿈을 해독하는 일이다. 꿈의 다리를 건너는 것은 꿈을 읽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살면서 세상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했기에 가끔 세상을 온전히 볼 수 있게 되는 꿈을 꾸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제대로 바로보지 못하고 낙화하는 일은 세상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람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드는 일이다. 뼛속깊이 낙화의 서러움을 새겨두면서 꿈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모두들 꿈의 다리를 건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마지막 인사도 없이 배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친구를 보내는 일이 서툴러 묵언수행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배웅」이란 나의 졸시에서 “한 줌 재로 남아, 땅 한 평 차지하는 일/ 뭐 그리 급하다고 서둘러 먼저 떠나” 갔는지 묻고 싶었지만, 이제는 물을 수가 없다. 사는 일이라는 것이 이처럼 막막해지고 오래 아팠지만, 아직도 꿈의 다리를 건너는 꿈을 꾼다.



나는 길을 가다 보면 끝이 보일 때가 종종 있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을 때 아득한 절망을 끌어안고 속울음을 운 적이 있다. 맨 바닥에 주저앉아 뼛속까지 차가워질 때와 나를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었다. 벽이었다. 나에게만 보이지 않는 벽, 그 벽이 보이지 않으니 건너 뛸 재간도 내겐 없었다. 벽이란 경계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아득한 낭떠러지를 품고 온 줄 몰랐느냐고/ 누군가 귓속말로 더듬거리는 것 같다.” 「들고양이」란 졸시에서 보듯이 경계심만 잔뜩 앞세우고 살아온 나의 상처를 직시하지 못하고 뒤척인 적이 있다. 보이지 않는 허공에 그어진 경계선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벽도 그러하였으리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서툴렀다. 어제는 알았던 사람이 오늘은 낯선 표정을 짓고 타인처럼 서 있을 때 나는 견고한 벽을 느꼈다. 그 벽은 다가설 수가 없고,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의 경계였다.

「관계」란 졸시에서 “낯선 풍경처럼 저만치 멀어져갔을 때 그와의 관계를 설명할 수사를 찾느라/ 낯선 계곡 속을 얼마나 헤매었던가.”라고 쓴 적이 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와 나의 관계는 언제나 불투명한 여백”이었던 것이다.

어느 날인가 뉴스를 보다가 블랙홀에 관한 내용을 청취한 적이 있다. 그때 「너는 블랙홀이다」는 나의 졸시에서 블랙홀이 별을 삼킨 뒤 다시 빛을 토해낸다는 시작을 한 적이 있다. 삶이라는 것도 하나의 블랙홀은 아닌가 생각해 본 것이다.

무서운 중력으로 빛까지도 빨아들이는 일은 삶이 나를 삼키는 일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익명의 제보자가 던져주던 진실을 팽이처럼 내동댕이치고 외면 했었”던 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짓밟히고 짓밟으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들이 즐기는 퍼즐게임 같은 것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이상과 꿈을 꾼다. 꿈의 다리를 건너고, 벽이란 경계 앞에서 절망하지만 결국은 그 모든 힘든 일들을 이겨내고 견디어낸다. 결국, 별을 삼킨 뒤 다시 빛을 토해내는 블랙홀처럼 우리들의 삶이란 블랙홀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 누구도 나의 말에 귀 기울려 내 말을 들어준 적 없다고 해도 결국은 내가 짊어지고 갈 한 보따리 짐 같은 무게의 고뇌가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 삶이 나에게 詩라는 멍에를 짊어지게 하고 한 발 한 발 재겨 딛게 하는 힘이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내게 삶이란 블랙홀 같은 것이 詩라는 명제를 남긴다. 그것은 나의 화두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 현대수필문인회원
․ 한국작가회원
․ 동천문학상, 열린시학상 수상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