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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5일(토요일)

치유의 문학 수필이 있는 이야기

되돌아보며 살자
<隨筆> 임미리
2020. 10.18(일) 21:10확대축소
작가 임미리


요즘은 복고풍 시대다. 복고풍 여배우 변신, 다양한 패치워크 디자인 등 이런 뉴스들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그 시대의 내가 궁금해진다. 유년의 저 밑바닥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문득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의 기억이 아득하다. 코 흘리게 모습으로 흑백사진 속의 부모님이 떠오르고 내 모습이 겹친다.

더 이상의 기억이 있을까 더듬어 내려간다. 할머니가 생각난다. 잠들기 전에 들려주신 할머니의 옛날 옛적으로 시작되는 전래동화, 한 이불속에서 잠들었던 동생들, 유년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생각을 짜내어 본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더 기억 속으로 들어가니 월남파병 가셨다 돌아오신 작은 아버지가 사 오신 라디오가 생각난다. 할머니와 누워서 라디오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 온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짜기 아이에게 놀 수 있는 놀이나 어떤 특별한 무엇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친척들을 만나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노래를 불러 보라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노래를 들어 본 적도 없고 불러 본 적도 없었다. 못 부른다고 하면 그 당시 유행했던 새마을 노래라도 불러보라고 했다.

하지만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산골짜기에서 살았기에 그런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던 같다. 나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고 그 이후로도 노래와 관련된 것들은 내 삶에서 오래 나를 괴롭히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사건들이 있었다.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청각은 노래와 담을 쌓았다.

요즘은 미스트롯이 나오면서, 보이스퀸이나 미스터트롯 등 트롯이 대세다. 거기다 코로나19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세대들이 방에서 TV를 보기 때문에 시청률이 급상승하여 여기저기 트롯 열풍이 대단하다.

이번 추석 특집으로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 시청률은 대단했다. 나훈아는 54년째 가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연습만이 특별한 걸 만든다고, 연습 연습 또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가만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는 그를 보며 모든 것을 대할 때도 그런 자세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져서 대중과 소통하지는 못하고, 나훈아는 무관중 공연을 하게 되었다. 객석의 관객이 생명인 무대가 객석도 없는 무관중 비대면 공연이 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함께 모여서 잘 살아왔다. 신들은 더 이상 인간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비웃기라고 하는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비대면 만이 살길이라고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배회하고, 다정하게 악수를 할 수도 없으며, 신체적인 접촉은 더욱 더 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뭉쳐야 산다고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뭉치기는 하되 정신만 뭉치라고 한다.

개인의 자유가 강조되고 개인의 가치를 더 높이 쳐 주는 현시대와 언택트 시대의 비대면은 맞아떨어진 추세다. 개인의 자유가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는 요즘 시대. ‘꼰대’, ‘라떼’ 등의 단어와 함께 지나친 애국정신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추세다.

‘기성세대는 라떼를 마시며 라떼 같은 소리’ 만 한다는 말도 있다. 물론 지나친 개인주의의 추구는 부작용을 낳아 공공의 안녕을 해치기도 한다.

오늘 아침도 공공의 안녕을 해치는 신문기사의 자극적인 제목은 우리 사회를 불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런 건 평양서도 못 본 장면 말 그대로 미쳤다”라고 되어 있다. 원인은 없고 결과만 있는 세상이 되었다. 팩트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주가 되었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조그만 더 깊이 생각해주길 바랄 뿐이다. 집회를 하지 않으면 광화문 일대 봉쇄가 있을 수 없는데도 그건 중요하지 않다. 이 또한 공공의 안녕과는 거리가 먼 기사인 것 같다. 이런 기사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다. 귀와 눈을 막고 모른 척 살고 싶어도 이 시대는 우리를 가만 나두지 않는다.

TV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우리는 잘 살았을까. 유년의 밑바닥 기억은 없지만 넘쳐나는 무수한 정보들은 정말 가치 있는 것일까. 비대면, 언택트 시대에 우리가 살아온 시절을 되돌아보라는 무언의 방향 제시가 아닐까.

그래서 다시 유행하고 있는 복고풍 열풍에 발맞추어 트로트가 대세가 된 것은 아닐까. 물론 말이 안 되는 줄 안다. 명백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는 뭔가 보이지 않는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일은 다 같이 힘들다. 그것을 핑계로 이해득실에 휘둘리는 일이 없기를 바랄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디지털시대는 바이러스처럼 보이지 않는 세상이기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가끔은 살아온 지난시절을 되돌아보며 이 순간도 생각의 힘을 길러 슬기로워질 일이다.

- 隨筆약력 -
․ 화순초등학교 60회
․ 2008년「현대수필」 등단
․ 2008년「열린시학」 등단
․ 저서 시집『물고기자리』,『엄마의 재봉틀』
․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수료
․ 현 전남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전담강사



화순일보 mire537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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